<앵커>
차량 연비를 높이겠다면서, 약품으로 엔진을 씻어내는 작업, 요즘 많이 합니다. 이른바 '엔진 청소'라고 하는데 엔진에 세정제를 넣고 공회전시켜서 찌꺼기를 빼내는 겁니다. 문제는 찌꺼기가 잔뜩 든 이 매연이, 공기 중에 그대로 버려진다는 겁니다.
한세현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.
<기자>
서울에 있는 한 카센터.
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뿌연 연기가 뿜어져 나옵니다.
30여 분을 계속하니까 연기는 더욱 짙어지고 양도 많아집니다.
이른바 '엔진 청소'를 하는 겁니다.
[정비소 직원 : 약품이 (엔진에) 들어가서 찌꺼기를 녹여줘요. (약품이) 배기관을 따라 돌아다니며 다 청소해요. 승용차는 많이들 하세요.]
10만 원가량 내면 엔진에 세정제를 넣은 뒤 공회전시킵니다.
이렇게 하면, 엔진과 배기관에 쌓여 있던 찌꺼기가 밖으로 배출돼 연비가 좋아진다는 겁니다.
문제는, 찌꺼기가 잔뜩 든 매연을 아무 데나 뿜어댄다는 것.
민원이 끊이질 않습니다.
[정미라/유치원 교사 : 아이들이 등하교하는 시간에는 냄새가 너무 심하고 눈도 따가워서 다른 길로 피해서 다니고 있어요.]
보시는 것처럼, 차량 엔진을 청소하게 되면 이렇게 많은 양의 연기가 발생합니다. 이 연기 속에 어떤 유해물질이 들어있는지 직접 측정해 보겠습니다.
환경부와 세종대 두 곳의 협조를 받아 각각 2대씩 모두 4대의 엔진을 청소하면서 측정했습니다.
VOC, 즉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기준치보다 평균 30%나 더 많이 나왔습니다.
또, 발암 물질인 벤젠과 톨루엔, 대기 오염물인 탄화수소는 엔진 세정제를 넣지 않았을 때보다 수십 배에서 수백 배 더 검출됐습니다.
[김기현/세종대 환경에너지융합학과 교수 : 사람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줄 정도로 심각한 배출이 이뤄지고 있습니다.]
현행법에는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, 공기 정화 장비를 갖춘 차량 정비소는 전체의 5%도 안 되는 수준.
[이호근/대덕대 자동차학부 교수 : 관련 규정이 없다 보니까, 그런 후처리 장치나 여과지를 사용하지 않고 그냥 노출시키다가 이런 큰 문제가 발생하는 거거든요.]
엔진 청소를 하려면 공기 정화 장비 사용을 의무화하도록 관련법 정비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.
(영상취재 : 정영삼, 영상편집 : 오광하)
한세현 기자
출처 및 저작권: SBS 뉴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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